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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은체가 모르는 체라는 거

2026.09.16 14:44

윤성택 조회 수:86

·

아침 일찍 산을 오르며 매번 마주치는 다섯 사람이 있다. 모두 나이가 지긋하고 발길이 느리다. 마주치거나 앞지르면서 저도 그렇습니다, 산행은 일이지요. 몸에게 한 시간을 족히 바치는 노동이라고 알은체를 하고 싶다고 할까. 스칠 때 단내가 나는 분은 당뇨가 있으신 어르신, 땀복을 껴입고 마스크로 얼굴 가린 여성분은 숨길 게 체중이겠거니, 모른 체하면서 나 역시 저 치는 웬 땀을 그리 흘리나, 그런 말을 속으로 듣겠거니.

 

잘 모르는 사람을 아는 체하는 사람일수록 그 관심을 어디다 쓰고 싶은 건지 모른다. 구면이 두루뭉술한 인연의 구면(球面)이 되어 알게 모르게 통제되는 기제는 아닐까. 너무 반갑게 인사해오는 이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건, 나도 모나지 않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아침의 선선한 기온이 점심나절 햇볕에 밀려 물러서는 것처럼. 툭, 소리에 놀라 옆으로 비껴섰더니 밤송이에서 밤톨이 굴러 나온 것처럼.

 

모르는 체 고개를 돌리는 사람은 자신을 더 이상 소모하고 싶지 않은 이. 알은체보다 표정이 복잡한 이목. 그의 평온을 깨고 싶지 않아 스치듯 지나지만, 마음속에는 거세게 일렁이는 속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끝내 아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으로 두고 온

계절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다 알은체가 모르는 체가 되어

알은체를 놓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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