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전기자전거

2008.11.07 00:15

윤성택 조회 수:602 추천:3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민망한 것은 앞바퀴를 전기가 굴린다는 것.
헉헉거리다가 오른쪽 핸들을 슬쩍 비틀어보면
몸은 어디든 배달 중인 짐짝이 되곤 한다.
한계를 깨닫기도 전에 찾아오는 이 속도는
종종 습관으로 접어든다. 그 언덕에서 어?
내가 페달을 구르지 않고 있군.
페달과 전기의 힘을 오가며 숭배하듯
두 핸들을 잡은 채 몇 번이고 절을 하는 풍경.
나는 이 요행이 너무 가벼워 계면쩍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모든 길이 휘발유처럼 검지 않다는 사실.
한동안 나는 시간을 변속하는 데에만 몰두하지 않았던가.
8:2 가르마로 펼쳐지는 길 바깥의 길이 이토록 유쾌하다니.
골프장 옆 민들레병원을 지나 숲에 들어서면
몇몇 이름 모를 묘지를 지나게 되고
산의 넥타이 같은 좁은 길이 나온다.
낙엽 쌓인 그 길을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려
인가의 담장을 끼고 나는 흘러간다.
고단한 길이 갈길을 내려서 멈춘 그곳까지.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2 2009.03.02 600
21 숲을 걷는다 2009.01.30 702
20 비극 2009.01.21 713
19 포장마차 2009.01.10 693
18 여행 2008.12.23 907
17 주말은 지나고 2008.12.15 660
16 불현듯 내가 2008.12.04 806
15 서술 2008.12.02 599
14 사람을 이해하는 일 2008.11.26 681
13 2008년 11월 20일 12시 47분 2008.11.21 633
12 영하 6도 2008.11.18 617
11 밤 10시에서 11시 사이 2008.11.10 709
10 그늘의 나무 2008.11.10 581
9 우연한 회상 2008.11.08 627
» 전기자전거 2008.11.07 602
7 드라마 2008.11.06 526
6 비밀 2008.11.04 594
5 창문 밖 풍경 2008.11.03 666
4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는 것은 자연의 신념이다 2008.11.01 617
3 마음일기 3 2008.02.12 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