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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2009.03.25 23:42

윤성택 조회 수:730



바람이 분다. 아파트 창들이 쉬쉬, 빈틈의 적막을 은밀하게 발음한다. 감기약을 먹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앉아 있으니 약기운이 퍼진다. 이럴 때는 혹사한 몸이 나보다 더 외롭다. 몸이 서러워 잠시 편두통에서 운다. 통화권을 이탈한 전화처럼 몸과 마음이 자꾸 끊긴다. 소음과도 같은 그 여백에 알약의 권태가 스며든다. 몸이 아프면 꿈 속의 밤들은 환하다. 숭숭 뚫린 빛들이 인광(燐光)을 뿜는 것처럼 내 안 어딘가가 붕 떠 있는 듯하다. 아프지 말아야겠다. 스위치란 스위치는 다 켜두고 집을 비울 수는 없다. 쉬쉬, 자꾸 바람이 분다. 봄은 누군가 떠날 거라는 불안한 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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