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감기

2009.03.25 23:42

윤성택 조회 수:668



바람이 분다. 아파트 창들이 쉬쉬, 빈틈의 적막을 은밀하게 발음한다. 감기약을 먹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앉아 있으니 약기운이 퍼진다. 이럴 때는 혹사한 몸이 나보다 더 외롭다. 몸이 서러워 잠시 편두통에서 운다. 통화권을 이탈한 전화처럼 몸과 마음이 자꾸 끊긴다. 소음과도 같은 그 여백에 알약의 권태가 스며든다. 몸이 아프면 꿈 속의 밤들은 환하다. 숭숭 뚫린 빛들이 인광(燐光)을 뿜는 것처럼 내 안 어딘가가 붕 떠 있는 듯하다. 아프지 말아야겠다. 스위치란 스위치는 다 켜두고 집을 비울 수는 없다. 쉬쉬, 자꾸 바람이 분다. 봄은 누군가 떠날 거라는 불안한 소문이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9 그리운 것들이 연대하는 2009.11.18 734
38 어디에선가 본 것도 같다 2009.11.17 782
37 나보다 더 현실적인 2009.11.13 784
36 그러니 2009.11.10 755
35 바라는 것 2009.11.09 671
34 이 저녁은 2009.11.05 711
33 나무 2009.11.04 740
32 근사한 비밀 2009.10.29 782
31 2009.05.23 1455
30 도란도란 2009.05.07 830
29 이게 당신이다 2009.04.15 899
28 저녁 2009.04.01 705
27 끌림 2009.03.25 687
» 감기 2009.03.25 668
25 마주침 2009.03.24 676
24 구름 2009.03.18 765
23 밤기차 2009.03.09 724
22 2009.03.02 737
21 숲을 걷는다 2009.01.30 850
20 비극 2009.01.21 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