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나무

2009.11.04 11:31

윤성택 조회 수:740 추천:2


제법 가을이 깊은 것 같다.
며칠 전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던 단풍나무도
이제는 말라버린 잎들을 매달고
앙상한 알몸 하나로 버티고 있다.
나무를 생각하면 지금의 삶이 왠지 부끄러워진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뻗어두었던 미련을
털어낼 줄 모르기 때문이다.
겨울을 당당하게 맞서는 저 나무들의 정령에서
우리는 너무 멀리 떠나왔다. 세상 어딘가
제 관짝으로 쓰일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좀처럼 피곤함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진정성은 영화나 책에서나 이뤄지는 현실일 뿐인지.
한 사람이 나무로 떠났지만
아무도 그의 뒷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어느 날 나무가 되어 돌아온 그를
우리는 알아보지 못한다.
다만 나무는 묵묵히
구도의 자세로 우리를 바라볼 뿐이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9 그리운 것들이 연대하는 2009.11.18 734
38 어디에선가 본 것도 같다 2009.11.17 782
37 나보다 더 현실적인 2009.11.13 784
36 그러니 2009.11.10 755
35 바라는 것 2009.11.09 671
34 이 저녁은 2009.11.05 711
» 나무 2009.11.04 740
32 근사한 비밀 2009.10.29 782
31 2009.05.23 1455
30 도란도란 2009.05.07 830
29 이게 당신이다 2009.04.15 899
28 저녁 2009.04.01 705
27 끌림 2009.03.25 687
26 감기 2009.03.25 668
25 마주침 2009.03.24 676
24 구름 2009.03.18 765
23 밤기차 2009.03.09 724
22 2009.03.02 737
21 숲을 걷는다 2009.01.30 850
20 비극 2009.01.21 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