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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2004.07.16 14:39

전수빈 조회 수:127




전날의 피로도 잊은채 긴장감으로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시작을 한다
남산에 위치한 서울교육과학연구원을 가야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현정이에게 차분하게 말을 건네본다

현정아 무엇을 하든 기초가 튼튼해야 그 위에 무엇을 세워도 무너지지 않는거야..
기초를 다진다는 것은 힘들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하기 싫은 경우가 더 많지만,
항상 기초위에 다지는 탑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무엇이든 쌓을수가 있단다
엄마의 잔소리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오늘대회도 기초공사의 한부분으로 생각했으면 좋겠고,
상 받은거 연연하지 말고 편하게 그리고 나와..

여러번의 수상경력으로 상부터 욕심내는 현정이가
오만한 생각이 들까 염려가 된다는 원장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 시작한 말인데...
이른시간부터 괜한 심란함을 준 것은 아닌지 싶었다...

위치는 찾기가 쉬웠는데 택시기사 아저씨의 불친절로 한참 걷는 수고로움을 더한다.
도착을 하니 현정이가 맨 마지막으로 입장을 했다..

입구에서 아이만 들여 보내고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서 있었다...
민지의 늦은 등교시간으로 홀로 집에 있는게 맘에 걸린다
뭐라도 먹고 학교에 가라는 말에
민지의 "엄마 보고싶어"하는 말랑한 목소리가 푸근함을 준다.
짧은 통화지만 하루의 위안으로 충분하다...
아이들 언제나 조바심으로 키운 것은 아닌지
누구 말대로 애들에게 매달려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언제나 벗어났다고 생각하면서도 원점에 가 있는 자리
오늘도 어김없이 확인되어 진다....

아이들 데리고 온 엄마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자니
내 자신이 경제적으로 아이들에게 해주는 게 참 없구나 싶었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엘 보내려고 준비하는 아이부터
영재소리 수재소리 듣는 아이들까지 참 뛰어난 아이들 참 많구나 싶었다.
왜그리 잘난 아이들이 많은지..난 별로 할말도 없고,
그곳에 앉아 있기가 불편하기만 했다..

남산공원을 걸었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가려진 서울 전경은
한치 앞을 볼 수없는 그물에 걸려있는 모습이다
인생살이 또한 이러할까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목젖이 따끔하다
자판기 커피 한잔에 나를 마셔본다.
장맛비에 마음은 외출중이다
현정이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가져간 책에 시선을 꽂는다
유난히 맑은 햇살과 하늘이 그리운 날이다..


(2004.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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