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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07.03.20 08:42

김안나 조회 수:105

정지된 화면 속의 어머니


어머니가 고장났다
저고리 고름 말아 쥔
열여섯 순이처럼 웃으시고
무엇에 쫓긴 듯 발을 동동 구르시고
눈물을 훔치신다
고장 난 어머니를 흔들어 본다
어머니가 깜박깜박 다시 돌아오신다
너무 오랫동안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온 기계를
나는 손목만 까닥거리며 입맛에 맞게 채널을
돌렸다
어머니는 티비 속 동물 다큐에 나오는
강한 표범이 되었다가
굶주린 부리로 새끼들의 먹이부터
챙기는 어미새가 되었다가
언제든지 시시각각
내 눈높이를 맞춰가며
끊임없이 시중드는 충실한 시녀가 되기도
했다
이제 화면이 정지된 어머니
더는 보여줄게 없다며
텅 빈 속까지 꺼내 보이며 지지거리는
티비처럼
더 이상 송신할 게 없는 어머니
능선 하나 만들고
정지된 화면 속으로 들어가신다
나는 티비를 끄고
어머니를 눕혔다
곱게 전원을 끈 어머니가
잠들어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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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인님,
모든 사람이 봄처럼 화사하게 깨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잘 지내시죠?
언제나 감사한 마음 가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