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눈오는 날 문득

2004.01.17 14:31

정승렬 조회 수:188 추천:6

광교산에 오게나

윤성택

문득,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
세상에서 나 홀로 있다고 여겨질 때
저수지를 끼고 뻗어있는 광교산으로 오게나
수원 어디서든 삼십분쯤 버스로 가면
시원한 가르마를 세우며 서 있는
광교산이 보일거라네
초입에 들어서 산 아래 정경에 취하면
산도 섭섭하여 안개를 풀지도 모르네
그러면 달래듯 천천히 산에 오르기만 하면 되네
산은 자주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 사람을
깜쪽같이 알아서 길을 가파르게 하거나
더욱 숨차게 한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하네
하지만 수원을 통해 왔다는 것은
광교산과 통성명을 하고 지내는 것임을
산 자신도 일고 있으니 걱정할 건 없네

광교산에 오르는 길은 우리네 세상살이가 그렇듯
구불구불 여러갈래 길이 있네
갈래 길에서 혹시나 고민할 필요는 없네
산은 그렇게 세상의 길처럼 잘못 들게 하지 않고
어디로 가든 산의 품으로
스스럼 없이 인도하니 말일세
그러나 마냥 서 있을 수 없는 것이네
우리가 꿈꿔왔던 희망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광교산도 그렇게 오르는 거라네
산에 다 올라가면 알 수 있을 것이네
광교산의 나무들은 비만하지 않고
가지의 끝을 밀어 올리며
하늘을 향해 뿌리를 내리는 것을
스스럼 없이 자네도 손을 뻗어
하늘을 껴안고 목청껏 소리지를 수 있을 것이네
그러니 꼭 오기만 하게

<수원시 장안구 공모 "광교산에 어울리는 詩 "우수작>
- 경기일보 문화면 에서-

* 오래된 수첩속,  갈피에 끼어 있는 색바랜 신문조각에 있는
시 한 편이 슬며시 웃음을 묻어 나오게 하고 있네  
남문 어느 골목 약국거리를 드나들던 예비 시인의 모습이
갑자기 영상처럼  클로즈 업 되고 있다네,
잘 지내고 있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8 안부차~~ [2] 김만호 2004.06.29 189
1837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3] 박시은 2005.05.31 189
1836 참 진지한 여름이네요. [3] 김병곤 2006.08.06 189
1835 그런 날 [4] 윤성택 2002.04.10 188
1834 점심 때 생각에 빠졌는 바, [2] 윤성택 2002.10.17 188
1833 성택형아!!! 우와!!! [1] 이성국 2003.09.12 188
» 눈오는 날 문득 [1] 정승렬 2004.01.17 188
1831 아쉬움 [1] 윤미진 2004.04.12 188
1830 시집이... [1] 정연홍 2006.02.08 188
1829 즐거운 봄날입니다 [2] file 유현숙 2010.04.11 188
1828 동전 몇 닢과 근황 [3] 윤성택 2002.01.08 187
1827 화분이 내게 말을 할까? [4] 윤성택 2002.01.22 187
1826 콘텍600, 열 알 윤성택 2003.12.18 187
1825 신춘문예 앞둔 <문청>에게 - 이문재 [1] 윤성택 2005.12.13 187
1824 4월의 모습 [2] 김기덕 2006.04.29 187
1823 낭보? -ㅅ-ㅋ [4] 김영일 2007.11.26 187
1822 잠시 둘러 보고 가네 [1] 좀뭐씨 2013.08.23 187
1821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2] 조상호 2003.04.04 186
1820 향림골 연가*2 [2] 박시은 2006.02.24 186
1819 즐거운 명절 되세요~ [2] 이정희 2011.02.01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