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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내 취우

2001.06.18 01:36

조회 수:68 추천:1

제가 이 글을 적고 있는 동안
님들은 비듣고 있겠지요
차라리 이런 밤은 잠시 뇌를 내려놓고
온 몸에 잠가 두었던 귀를 열어
비와 몸섞는 것
아, 나는 비맞지 못하는 족속
목마른 비는 귀로만 맞아두어요

물은 돌고 돈다니
한 때 내 몸에 깃들었던 물방울 하나 쯤은
지상으로 내리꽂히고도 있겠죠
님들의 몸에 깃들었던 물방울들과 함께
있는 힘껏 지상으로 내리꽂히고도 있겠지요

서로 서로 먼저 닿으려는 듯
기다렸던 사람들처럼 저들도 몹시 애탔었나
누가 꽉 막아놓기라도 했었다는 듯
驟雨

아침이면 또 얼마나 많은 몸 섞인 우리들
웅덩이의 눈 들어 하늘을 바랄까

우리는 왜 순환하지 않으면 안되나
지상에서 다시 구름으로 나에서 너에게로
서로 깃들었다 떠나기를 멈출 수 없는 걸까
조금만 오래 깃들어있어도 우린 왜 견디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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