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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을 기다리며

2006.02.06 16:38

소리샘 조회 수:177 추천:1

2005년 시서재에 자물쇠가 채워지기 전에
첫시집을 기다리며 옮겨 적었던 몇 편의 시 중  
한 편 골라봤어요. 우리 같이 읽어 볼까요?


별의 기억 - 윤성택


문자 메시지가 왔다 점멸하는 도착 표시,
오래 전에 닫아둔 창문이 생각났다 가로등이 아이콘처럼
자주 깜박이던 곳, 그 겨울밤 나는 수신불능 전화에 가끔씩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아직 여기 있다고 했던가

언덕길 끝, 보일러 연통의 몇 볼트 온기로
나뭇가지에 꽃봉오리가 피었다, 잔기침에 화들짝 놀라는
소심한 꽃 화분은 시샘으로 금이 갔다 그리울 것이 많았으므로
라디오 주파수는 별과 별을 지나 사람의 소리에 닿고,
창을 흔드는 바람이 캄캄한 궤도로 흘러갔다 깊은 밤
뚝뚝 지는 수돗물은 둥근 별의 습관, 얼지 않은
소리는 끝내 고드름으로 일기장 행간에 매달렸다
창밖에는 외, 롭, 다 꾹꾹 눌러 놓은 눈사람 눈 코 입

그 겨울밤 보았던 별 시리우스, 빛의 속도로 도달한 전파처럼
지금 메시지는 그 별에서 보내온 신호일지 모른다
8년 224일 18시간 전 시리우스별과 같은 혹성 언덕
공중전화 부스에서, 나는 아직 여기 있다고


* 시리우스 별빛은 지구까지 8.6년이 걸려 도착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시리우스는 8.6년 전 모습이다.
* 문학과 의식 200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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