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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과 청바지

2002.03.02 18:16

윤성택 조회 수:171 추천:3

   


         
바쁜 일이 나를 옭아매고 있을 때는
왠지 다급해져 편안히 글 남기기가 쉽지 않더군요.
이제 좀 한가한가 했더니
지금 매 한가지입니다.
저는 보통 겨울에 딱 한 번 감기를 앓는데
봄이 오기 전, 아니나다를까
감기가 슬쩍 맹맹한 코를 꿰고 말았습니다.
그 덕에 사무실 휴지통 안은 한 무더기씩
구겨진 휴지꽃이 피는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휴일 같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회의가 열려 사진 몇 장 찍어 놓고
이렇게 사무실에 앉아
엎질러진 성냥개비 줍기처럼
막막한 시간을 세고 있습니다.
이럴 땐 손목시계가 왜이리 커 보이는지,
피아노 쳐보지도 않았던 손가락조차
책상 바닥을 건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일은 청바지를 하나 사야겠습니다.
내 단단한(?) 청춘의 허벅지가
가늘어지기 전에
봄의 수액을 끌어올리듯
봄나무처럼 서볼까 합니다.
암묵적으로 주말로 밀려난
청바지가 날 어디든 데려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