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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한때

2002.10.10 18:07

윤성택 조회 수:172



올해 마지막 예비군 훈련도 끝나고
청탁 들어온 시 원고도 마무리하고
호수가 보이는 공원에서
준비해온 양념통닭을 먹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저녁 해가
갈대를 헤집고
길을 물을 것 같습니다.
왜 한 번쯤 이곳을 들르지 않았냐고
당장 추워지겠다고
바람이 으름장을 놓습니다.
이상도 하지요,
내가 깍지를 끼는 것은
기도를 할 때나
기지개를 할 때뿐이었는데
이리 끼고 있으니
한 세상 끼고 싶어집니다.
가을도 가을인 만큼
산발한 저 나무,
빗질이 필요한 것일까요.
시골 이발소 목에 두르는 천처럼
아득하게 어둠이 덮어오는데
나는 엉뚱하게
자꾸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