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인연으로 천시인을 알게 된지 벌써 오 년째군요.
그 전에는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문학이 스스로에게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어도 결국 <시>라는 귀착점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지요.
그래서 <손끝으로 열리는 세계>인 인터넷은
그간의 인연의 반경을 넓혀, 후생에서 이뤄져야할
인연도 불러오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심지어 성별도 몰랐던 시절에도,
천시인의 오롯한 정서는 비트 단위로 흘러와
따뜻한 유대감을 갖곤 했습니다. 매년
신춘문예나 문예지에서 천시인에 관한 최종심 평이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혹 문우로서 인연이 끊어지지 않을까
제가 심사위원 탓을 했던 것도 그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야 <작가세계> 등단 소식을
들으니, 제가 오히려 기쁘고 안심입니다. 더불어
천시인의 온전할 시세계도 다행스럽고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등단을 하였어도 활동하지 않고
사라진 시인도 많지만, 그리고 활동을 한다한들
시집을 내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걸 절감하지만,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어둑한 터널 같던
지난 몇 년간, 천시인 홈의 <편협한 시읽기>에서
보여준 시에 대한 성찰과 다짐들이
불빛 되어 터널을 지나온 것처럼.
그동안 아슴아슴 뒤따라왔던 시와의 교신법
잊지 마시고, 아프고 뜨거웠던 날들도 잊지 마시고,
늘 행복하지만 외로운 다락방 하나
시를 위해 열어 두세요.
파이팅입니다!
추신> 천시인이 등단하였으니, 최종심 마일리지가 높은 몇몇은 신춘을 앞두고 환호할 겝니다. 적금 붓듯 모아둔 그 많은 마일리지로 부디 요소요소의 잡지에 시를 여행 보내시길. 사진도 잘 찍으니 시들이 복이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