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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녁 하늘을 보다가

2003.10.06 00:33

윤성택 조회 수:293 추천:5




헤이리 페스티벌 2003,
요즘 이게 하루의 전부입니다.
저녁 늦게까지 이 안에 있다가 잠만 자고 나와
아침부터 그 안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복잡한 관계들이 나를,
하루 종일 끌고 다닙니다.

코스모스는 역시
붉은 무릎을 숨기지 않고
조금씩 꺾여 가는데
안간힘으로 꽃 대궁을 붙들고 있는
이 가을의 중심,
저물 것들만 모여 쓸쓸하게
먼 산이라든가
건물옥상 모서리라든가
전깃줄 끝이라든가
머물곤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좀더 착해져야겠습니다.
내 남은 청춘에게 자꾸
보여줄 것이 없다는 불안감.

너무 멀리 있는 친구 때문에
가로등이 생각만큼 환합니다.
내게 남겨진 캔맥주 두 개가
밤별들을 죄다 불러 모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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