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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못만나고

2004.10.02 10:14

천서봉 조회 수:277 추천:9






얼굴뵌지 오래입니다
전화드리는 것이 예의라는 걸 알면서
지난 여행의 사진 한 장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돌아오니,
가을이고요,
오랜 방학 끝나고 누런 들판을 걸어 학교로 가는 기분입니다
숙제는 아니했고요
코스모스가 먼저 종아리를 걷어올린다 는
강연호의 싯구 같은 날들입니다
가을비가 다녀간 뒤 국화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사진처럼
저렇게 단아해져도 좋겠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고 삶은 더럽고
그 사이 시인님과 제가 만나고 못만나고
만나고 못만나고
흘러갑니다 꽝꽝 얼어붙을 겨울들판 같은
미래를 기약합니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