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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2004.12.15 17:55

천서봉 조회 수:242 추천:3




Paul Klee ㅣ Death and Fire



한동안의 화두는 어떻게 고립될 것인가 입니다
비 내리고 날은 어둡습니다
오랜만에 몸이 아팠고, 몸이 앓는 대신에
정신은 맑았습니다
참 조심스러워지는 자리들이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처럼 어려운,
모든 시인들 앞에서 도대체 나는 무슨 얘기를 꺼내들어야 할까
어쩌면 더 오래 그래야만 하기에 그만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말입니다

오후 내내 집에서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창문처럼 윤시인께서 했던 얘기도 꺼내 보고요
이 좋은 일상에서 또 어떻게 나를 고립시켜 나갈까
내 행복들을 도태시킬까
곰곰 생각했습니다
함께 했던 알코올처럼 미끈한 해답은 없었습니다

잘 들어가셨으리라 짐작하면서
늦은 인사 남깁니다
오랜만에 들러도 편안한 옆집 같은 여기,
돌아다니는 일이 부끄러워 그랬습니다
이해해 주시리라 믿으며
이곳에서 잠시 빗소리를 지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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