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술마시는 이유

2001.06.29 03:55

어떤이면 조회 수:66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다시 오리란 기약도 없이 떠났다. 회자정리의

평범한 이치를 알면서도 서글퍼 지는 이유는 무얼까. 그들이 나에게

그토록 특별한 존재도 아녔던것 같은데. 그냥 단지 기나긴 여정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일뿐인데 이토록 공허해지는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까.

엊그제는 친구녀석의 할머니께서 이승과의 인연을 끝내셨다. 평소 얼굴

한번 뵌적 없는 분이셨지만 앞으로도 뵐일이 없게 되었다. 그 며칠 전에

는 후배녀석이 직장을 그만 두었다. 직장내에서도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녀석인데 단지 얼마되는 않는 아니, 하나 밖에 없는 대학 후배녀

석이었다는 이유하나로도 난 충분히 녀석의 떠남에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몇일전엔 일관계로 만나 칠십여일 동안의 만남을 유지해 오던

남자를 떠나보냈다. 인연이 아니라는 이유를 말하며 냉정히도 떠나보냈

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갈수록 이별을 남기고간 이들이 많아진다.


이런 이유에서는 분명 아닌것 같다.

내가 혼자서 곧잘 술을 마시는 이유란 것. 두보나 이태백 선생께서도

그랬듯 풍광이 좋은 곳에서 홀로 술을 들이키곤 한다. 그런데 요즘들어

그 횟수가 부쩍 늘어난 듯도 하다. 왕성한 간의 활동으로 간밤에 마신

술에서 깨어날 때즘이면 또다른 알콜이 그속을 채워준다. 마치 이제는

떠나고 없는 그들을 전혀 낯선 이들이 빈자리를 채워주듯. 그들 역시

내가 그들과의 정에 취할때 쯤에서 어김없이 다시 떠날것임을 알면서

나는 또 인연을 만들어 가겠지.

욕심일까. 내곁에 있는 사람 특히, 좋아하는 사람과 영원토록 함께 하

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어제 저녁엔 자연이 이루어내는 장관을 보았다. 서산으로 져버린 태양이

안간힘을 쓰고 발산하는 붉은 기운은 혼자보기엔 너무나 아까운 노을이

었다. 짧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

다. 오늘도 술을 마실것이다. 뇌리에 여운으로 남은 노을을 안주삼아 차

갑다기보단 서늘한 봄바람을 맞으며 옥상에 앉아 소주를 마실것이다.  

떠난이들을 잊기 위해서는 결코 아니다. 단지 값으로는 메길수 없는 아름

다운 야경과 가격은 얼마 안하지만 그 맛에 있어 변함을 잃지 않는 쓰디쓴

소주를 위해 마실 뿐이다. 그것만큼은 이제 까지 내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설령 떠났다해도 변함없이 다시 내곁으로 돌아와 머물 것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