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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구두

2001.06.25 11:16

윤성택 조회 수:67




나를 어디든 데려갔던 구두이지요.
밤에 신발을 벗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루가 고스란히 그 발모양으로 남아 있습니다.
뒷굽을 닳아가며 걸어갔던 길들은
시간을 되감듯 구두의 잔주름에 고여 있겠고요.
평생 몇 켤레의 구두로
세상을 살아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내가 구두에게만큼은 솔직해지는 것은,
걸어서 사는 모든 나의 삶을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