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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한 날 마음 둘 곳..

2001.06.18 20:22

김자영 조회 수:57

나는 하루 업무가 끝났을 때를 이렇게 표현하거든?
와 다 때려부셨다.. 이렇게..
시간을 쓰레받기에 다 쓸어 담았다라고도 하고..

오늘도 하루치의 업무량으로 내 시간을 때려부수느라, 5분마다 시계를 보고 한시간 한시간 쓰레받기 속에 쓸어담는 버거운 노동을 끝내고 이제 지친 걸음으로 집으로 향해야 마땅한데..

오늘은 딱.. 소주 먹을 줄 아는 친구 몇명과의 연락이 그렇게도 궁한거야..
근데 얘들이 비오는 날이라 전화가 많이 올 줄을 알고 그러는지..
폰들을 아주 꺼버린거야.. 하나같이..

그래서.. 전에 한번 혼자서 순대국을 시켜 먹은 적이 있거든? 회기역에서 내려서 마을 버스타는 데 보면 순대국집 있는데 본 적 있어? 사실은 난 그 사람들과 그 술자리와 그 이야기들이 그리웠지만.. 연락하기도 뻘쭘한, 아니 연락처도 이젠 없는..
그렇게 기억 저편의 사람들이어서.. 그저 혼자서 순대국을 다 먹고, 고기를 검은 봉지에 담아서 집에 기르는 개들에게 먹이며 처량해한 기억이 있었어..

다시 그 꼴이 되긴 너무 싫어서 회사애들 붙잡고 "얘, 니네 순대국에 소주 어때?" 했더니 당연히 애들 왈 "언니 난 빈대떡~" "언니 난 떡볶기~" 그러는 것이야..
그래서 명동대로에서 떡볶기랑 순대볶음만 6천원 어치 먹구 소주는 한방울도 못마시고 속얘기 하나도 못나누고 드문드문 끊어지는 되다만 수다만 조금 떨다 왔어..

그러고 들어와서도 여전히 허전하여..
언제나처럼 노블에 들러서도  대책없이 심란하여..

그럴 줄 알았던 오빠의 다정함,
"역시 오빠다워~"싶은 오빠의 믿음직스러움,
푸근히 드러나는  오빠의 다독임의 글들 보면서
전에 오빠 사이트 주소 올려놨던 제목 찾아서..

다시 들어와봤어.

오빤 약속이 많을 것 같아서 술 한잔 하자는 전화할 생각도 안 들었지만
여기 오니까 이제 덜 울적하네..
오늘은 시비벙개가  뜨지 않았을까 싶군.. 오빤 지금 거기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