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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고 막막하여서

2001.06.03 12:44

윤성택 조회 수:140 추천:3





나무들
잎잎마다 올려놓은 햇살을
일제히 털어낼 때
소름이 돋는 일요일의 정적.
어느 담장을 지키고 있는
새하얀 빨래들,
기웃기웃 바람을 불러모아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데
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샤워 꼭지에
얼굴을 묻고 나를 훑고 지나가는
기억에 젖어 있습니다.
어쩌면
일요일은 실존의 요일이고
나를 무참히 홀로이게 하는 요일은 아닐는지,
면도를 하다가
대책없이 쏟아지는 햇살에
한없이 베입니다.

뭐가 그리운지도 모르게
일요일,
막막하고 막막하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