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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1.06.07 11:35

윤성택 조회 수:133 추천:1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잊고 지냈던 시간들 사이
햇볕 일렁입니다.
어제는 계단 위쪽만 보고
걷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화분을 쏟고
뿌리들이 어둡고 침침한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뿌리처럼
돋아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손을 털고 일어나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솔직히 난감했습니다.
쏟아진 화분에 흙을 다시 채워 넣고
다시 손으로 꾹꾹 눌러 주었습니다.
다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
봄을 옮기지 않겠노라고
원래 있었던 곳이 그대가 있었던 자리였노라고
묻어 두었던 자리에 물을 뿌렸습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