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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글쎄요.

2001.05.17 15:05

윤성택 조회 수:93

>늘
>평을 성심껏 해 주시는 윤시인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
>제가 한가지 혼동스러운 게 있어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
>순수서정시,관념시,묘사시,추상시,형이상학시,해체시등
>시의 내용이나 형식에 의한 분류가 있는 것 같은데
>명확한 구분이 어렵습니다
>
>제가 추구하고자하는 시는
>작품으로서의 시를 쓰고 싶습니다
>
>이점에 대하여 알기 쉽게
>가르침을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제가 주로 써온 글들은 선시적인 관념적 요소가 많았는데
>지금은 사물의 묘사를 통하여
>제가 하고자 싶은 사상,감정등을 표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대로
>시를 써 나가고 있는 것인지
>또한 궁금합니다
>
>또한 사물의 묘사 그자체에
>저의 감정과 경험을 넣는다고 생각하는데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써야 하는 것인지
>이점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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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동주님,
"자유마당"은 화장실 뒷간처럼
편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글을 올리기가 조금 쑥스럽군요.
앞으로 이런 글은 "작은교실"에서 이뤄졌음 좋겠습니다.
저는 나이도 어리고 미숙한 점도 많습니다.
제 홈에 찾아오셔서 시를 올리시는 분들은
저보다 나이뿐 아니라 사회적 경험도 많으신 분이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시평을 하는 그 자체가 아이러니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노블에서 예전부터 등단무대 詩부문 심사를 해왔고,
제 나름대로 눈으로 읽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홈을 만들 당시 "작은교실"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시간이 닿는 대로 "작은교실" 위쪽의 글
"자작시를 올려주시면 소신껏 평해 드립니다"라는 말처럼
"소신껏" 평해드릴 계획입니다.

김동주님의 詩는 다소 관념적이고, 익숙한 패턴의 흐름이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좋은 작품도 있는 반면, 태작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또 솔직히 자신의 시를 어떤 장르에 넣으려는 생각은 부질없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창조적 능력으로 독특한 세계를 가지셔야합니다.
저잣거리의 질펀한 사람들의 詩는 분명 있을 것이지만,
그들의 시세계를 뛰어 넘어야 합니다.
사물을 보고 단순한 재생을 하는 것이 詩는 아닐 것입니다.
그곳에 상상력을 불어넣고 자신만의 재해석을 통한 주관화를 시켜야합니다.

문학이 무엇이고 시가 무엇일까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찾아쓴 眞諺들입니다. 참고하세요.


문학은 과정이지 조급한 결론의 것이 아니다. 결국 모색이다. 문학이란 전달된 `언어`다. 그냥 `아름다운 문장`이다. 문학이란 한 잔씩 고통의 잔을 마시는 것이다. 가난이라는 쓴잔, 질병이라는 쓴잔, 이별이라는 쓴잔, 소망이 허물어진 절망이라는 쓴잔이다. 문학이란 고통이다. 문학이 고통인 것은 그것이 반성하는 자아를 만들기 때문이다. 문학은 별빛이다. 밤하늘의 별빛을 잃은 시대의 불행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아름다움이다. 문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결과가 아니라 그 시대가 내포하고 있는 모든 사회적 모순을 치열한 정신으로 꿰뚫어 보고 극복하려는 싸움의 기록이며 해결을 원하는 열정의 표현이다. 문학은 증언의 기록이다. 꺼질 줄 모르는 불길처럼 살아있어 동력으로 작동한다. 문학은 더운 상징이다. 멋진 말의 수사도 아니고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힘찬 구호도 아니고 그냥 뜨거운 하나의 사건이다. 문학은 그럴듯한 내용에다가 그럴듯한 형식의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침전된 내용이라는 형식을 갖고 있을 따름이다. 문학은 써먹을 수 없다. 남은 일생 내내 나에게 써먹지 못하는 문학은 권력의 지름길도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은 억압하지 않으므로 그 원초적인 느낌의 단계는 감각적 쾌락을 동반한다. 문학은 동시에 불가능성에 대한 싸움이다.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문학은 꿈이다. 몽산의 소산이다. 문학은 꿈과 현실의 거리를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드러낸다. 문학은 삶의 모습에 가까울 수도 있다. 무엇인가 꽉찬 삶, 그것이 견딜 수 없게 넘칠 때 터져나오는 감탄이 문학이다.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문학 속에서 되풀이되며 운명의 한 지점으로 살아 있다. 문학은 마약이다. 혹은 백옥빛으로 메마르게 번쩍거리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불태우는 청산가리의 유혹이다. 문학처럼 가벼운 것도 세상에 없다. 문학은 종이에다 펜으로만 가능하며 어떤 차별이나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학처럼 처절하며 무서운 일은 세상에 다시없다. 문학은 평생을 정진해도 끝나거나 완성되지 않는 형벌이요, 목숨을 바친다해도 그 대가가 보장되지 않는 까마득한 것이다. 문학은 `무엇이 되기`와 `무엇을 얻기`로는 성립할 수 없는 잔인한 그 무엇이다. 문학은 그 앞에 허욕을 버리고 가난한 자신을 모두 바치는 자에게만 역사의 월계관을 씌우는 잔인한 예술이다. 어찌 보면 문학은 과학기술 발달로 천박한 소비문화의 탈문자화 시대에 밀린 주변인이다. 머지않아 문학이 비밀 결사처럼 읽힐지도 모른다. 문학은 그런 리얼리즘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