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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기차에서 느낀 아름다움

2001.05.19 20:11

윤성택 조회 수:120





시천 동인인 상관형의 결혼식이 내일 있어서
동인 두 명과 함께 부산에 내려왔습니다.
영도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선선한 바람이 슬쩍 팔짱을 끼워오는 저녁입니다.
부산으로 오는 기차 안,
대구쯤 지나서일까요.
제 옆 좌석에 두 명의 사람이 왔다갔는데
세번째에는 제 나이 또래의 아가씨가 앉았답니다.
저는 혼곤하게 잠을 자고 있었는데
몸이 피곤했는지 자면서도 얼굴에 땀이 솟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종이 부채 바람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시원하다, 라고 생각하고 반수면 상태로 계속 있었는데요.
그 아가씨 자기에게 부채질하면서
땀흘리는 내쪽으로 바람을 건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녀는 구포에서 내렸습니다.
나가는 길, 자리 비켜주는 것 밖에 할 순 없었지만,
그 작은 배려에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이 저녁
아흐, 사랑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