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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커에 바람을 넣다가

2001.04.21 16:43

윤성택 조회 수:107 추천:3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슬금슬금 손을 뻗어
사무실 풍경을 더듬습니다
나만 만만했는지
머리 헝클여 놓고
저쪽 책상으로 건너갑니다.
토요일,
어찌 그리 앙증맞게
내 생각 끝에 고이는지요.
실은 오늘 기행을 가는 날인데
그쪽 담당자가 꿀을 먹었네요.
혼자 기행문 써가며 캠코더로 찍으며
떠나는 것이 조금은 망설여졌는데,
어찌보면 마음 더 다지라는
운의 배려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좀 있다가 아는 분들과
여의도 "비어 페스티발"에 갈까합니다.
티켓이 있어 꽁짜라는데요,
실은 여의도의 밤풍경은 얼마나 또
흐드러졌을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 홈 카운터가 벌써 600이 훌쩍 넘었습니다.
매일 아침 컴을 켤 때마다
항상 열 두어 분이 먼저 다녀가신 것을 보면,
빈손으로 가시게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데요.
그래서 음악도 영화 예고편도 눈독들이고,
좋은 詩도 시집에서 건져
짬짬이 리어커에 실어오는데요.
그것이 어찌 기분이 좋던지요.
가끔씩 내리막길처럼 신나게 달립니다.
참 어제는요.
요밑의 "건널목 전봇대"를 가지고
"사월 초파일, 전봇대" 詩한 편 썼는데요. 다 쓰고 나서
어찌나 후련하던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詩의 모델이 된 그 전봇대에게
"고맙다!"하고 엉덩이 툭 치고 왔드랬습니다.

더 쓰고 싶은데
손목시계가 날 빼꼼히 쳐다보네요.
주말 잘 보내시구요.
저는 마음은 여기다가 앉혀 놓고
잠시 모니터 밖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