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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혼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면 그것만큼 엄청난 스토커도 없을 것입니다. 그 신분이 천사이든 형사이든 건달이든 말이죠.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어쩌면 우리는 인생으로 향하는 충족된 깨달음을 얻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왜 살아가야 하며, 왜 선해야 하는지 누구도 그 생리의 방향을 규명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느낌으로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오랜 소명처럼, 대대로 대물림되는 유전자의 방향성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종교라는 것도 누군가 지켜보리라 믿으면서 자신의 인생전반에 대한 어떤 평가를 두려워하기에 생겨난 것은 아닐까요.

베를린의 천사는 끊임없이 인간 세상사를 기웃거립니다. 그리고 인간의 사랑에 빠져듭니다. 이 시대가 만들어낸 천사,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천사는 어떠한가요. 시를 읊조리고 천사의 직책을 버리고 한 여자에게 달려가는 천사. 영화는 천사마저도 기웃거리는 인간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쓰는 詩야말로 이러한 인생에 대한 도청과 녹화를 해대는 그 시선일지도 모릅니다. 만일 누군가 나를 평생동안 미행하면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거나, 들여다본다면 왠지 섬뜩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리하여 내 손끝으로 쓰여지는 시란, 누군가 내 영혼 곁에서 속삭이는 것을 받아 적는 것은 아닌지, 파지를 만들며 그 주파수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