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화제

2001.06.24 20:48

초은 조회 수:50 추천:2

저녁엔 자장면을 먹었다
집에 갔다오는 그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안흘리고 먹어야지, 하고 눈에 불을 켜는 날이 아니면 어김없이 물이 라도 흘리면서 밥을 먹는 나이기에 오늘도 바지 끝자락에 기어이 자장면의 냄새와 자취를 남기고 말았다.

집을 나와서 머리를 자르는 그를 TV와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집에 가는 버스를 타려는데 왜 그리 아쉬운지 모르겠다
3일만에 얼굴을 보는 건데 얼굴 본 지 한 시간만에 헤어지자는 그가 야속하기만 하다
커다란 우산인데도 비를 맞는다 싶어서 봤더니 빗물이 새는 지 한 방울씩 이마에 떨어진다.
우산은 장대비를 다 맞아가며 내 머리를 감싸는데 나는 그 한 방울 맞으면서 차갑다고 난리니 원... 정말 우산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아오는 길 내내 혼자 투덜투덜...괜히 발걸음도 지나치게 씩씩하게 걷다가 발을 다 적셨다

불편한 마음 때문인지 아까 먹은 자장면이 내려가지 않는다
서랍에서 꺼낸 소화제를 꺼냈다
"위청수"라는 이름이 붙은 그 소화제의 뚜껑에는 뿌옇게 먼지가 앉아있다
미심쩍어 유통기한을 확인하니 그래도 2003년 까지 란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어느 시간까지는 변함없을 거라는 약속된 기간.
지금은 먼지가 좀 앉고 삐걱거려도 아직은 괜찮은 걸까
그렇다면 나와 그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