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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우리

2002.01.30 18:21

윤성택 조회 수:198



겨우내 키웠던 살들이 내게
김 서린 욕실 거울 앞에서 어때?
라고 턱을 내밀 때
이제쯤 어떤 규율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가까운 헬스클럽을 다시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곳에 신기한 기계가 있더군요.
발바닥에 물을 약간 묻히고
체중계 같은 판에 올라서서
양 엄지손가락을 장치에 대고 있으니까
나에 대한 정보가 숫자로 표시되어
프린터로 쓰윽쓱 나오더군요.
내가 왼손잡이인 것도 파악되고
살찐 부위도 슬쩍 드러났습니다.
근육량, 수분, 비만도 등
그 초음파가 내 몸 구석구석을 탐문하며
어떻게 그 정보를 캐냈는지
저는 그만 고개만 끄덕이며
쑥스러워라 했습니다.
아무튼 헬스장에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저도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팔과 가슴을 살짝만 눌러도
아릿아릿합니다. 평생 끌고 다닐
몸이니까, 내 영혼을 담은 그릇이니까,
그랬던 것일까요. 아침에 그 잠시 운동하고
거울 앞에서 삼두박근! 하고 똥폼 잡아보는데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습니다.

글쎄요, 우리
건강하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