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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시산맥상 수상 관련

2001.08.04 13:05

윤성택 조회 수:5613 추천:97

■ 제1회 시산맥상 본선 결과



예선을 통과한 여러 작품을 두고 공평하게 좋은 작품을 선정할 것을 맹세하고 7월1일(일) 오후에 인사동 벽천에서 박남희,신수현,배홍배,노철(평론가동인),강경희(평론가동인), 그리고 문정영이 모였습니다
우선 예선을 통과한 작품 중 지명이 많이된 14편의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명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윤성택 : 양산리사계, 경운기를 따라가다
성향숙 : 고쳐지는 아버지
박진성 : 매일 떠나는 낙타
정성삼 : 미화원
김명희 : 백제기행 2
박정덕 : 젖은 장작이 타고 있다
김병원 : 겨울단상
유현숙 : 유배지를 기다리며
이옥재 : 하나로 약국
박은수 : 아침고요
조숙향 : 내 마음 속으로 걸어오는 초침
김범천 : 줄포에서 보내는 편지
오지리 : 폭설

이상의 13명 14편의 작품을 가지고 벽천에 모인 선자들은 다시 한번 작품을 꼼꼼하게 읽어가면 마음에 든 작품에 각자 표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6편의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윤성택 : 경운기를 따라가다 5표
성향숙 : 고쳐지는 아버지    4표
박진성 : 매일 떠나는 낙타   4표
윤성택 : 양산리 사계          2표
박정덕 : 젖은 장작이 타고있다 2표
김명희 : 백제기행 2            1표

선자 1명이 3작품에 동그라미를 하기로 해서 결정된 것입니다 이상의 작품을 두고 다시 한번 각자의 작품들에 대한 평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특히 성향숙의 고쳐지는 아버지, 김명희의 백제기행 2의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을 지적하였고, 그로 인한 당선작에 뽑히지 못했음을 알려드리며, 나머지 박진성의 매일 떠나는 낙타, 박정덕의 젖은 장작이 타고 있다, 윤성택의 양산리사계도 좋은 작품이나 신인다움이 조금은 부족하지 않는가를 지적하였다 그래서 최종심에 오른 6편의 작품 중 윤성택의 '경운기를 따라가다'를 당선작품으로 선정하며 마음의 막힌 부분을 풀어 내리고 소주 한 잔을 쭉 들이켰다

이상으로 제1회 시산맥상 선정과정 및 작품 발표를 마치고, 그 작품 및 심사평은 이 달의 좋은 시와 심사평에 남겼습니다 시상은 9월15일 시낭송회장에서 하겠습니다
더불어 본선에 오른 작품 중 몇몇을 골라 시낭송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2회 시산맥상은 12월에 발표예정이며 더 많은 작품이 선정되도록 꾸준히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제1회 시산맥상 수상작



        경운기를 따라가다



         모퉁이 돌아 나온 소리,
         아버지보다 먼저 도착했었네
         결 굵은 앞바퀴가 땅 움켜쥐고 지나간 길, 언제나
         멀미처럼 먼지 자욱한 비포장 도로였네
         그 짐칸 올라타기도 했던 날들 어쩌면
         덜컹덜컹 떨어질까 손에 땀나는 세월이었고
         여태 그 진동 끝나지 않았네 막막한 시대가
         계속될수록 나를 흔드는 이 울림, 느껴지네
         밀짚모자와 걷어올린 종아리, 흙 묻은 고무신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길
         양손 벌려 손잡이 잡고 몸 수그린 채
         항상 삶에 전투적이었던 운전법,

         아버지!
         그만 돌아오세요 이젠 어두워졌어요

         나는 보네
         울퉁불퉁한 것은 이제 바닥이 아닌 바퀴이어서
         일방통행길 높은 음역으로
         더듬거리듯 가고 있을 때
         숨죽이며 따라가는
         한때 속도가 전부였던 자동차 붉은 꼬리의 생각들,

         나는 아직껏 아버지를 추월할 수 없네.




■ 시산맥상 심사평

  

  예심을 통과한 14편의 작품 가운데 5편이 언어를 다루는 기술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이를 전제로 5편의 작품을 다시 살펴보았다. 박정덕의 <젖은 장작이 타고 있다>는 삶의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돋보였으나 상투적인 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었다. '작두에 단단하게 마른 애증'을 촉발하는 언어가 시속에 놓이지 않은 채 이미 형성된 사회적 통념에 근거를 두고 있어 시어들이 박정덕의 독자적 재산이라 하기에는 미흡했다.
  다음으로 김명희의 <백제기행2-부여 능산리 고분에서>는 전반부에서 상투적인 것들을 뒤집는 사유의 깊이와 시어의 활달함이 매혹적이었다. 이로써도 충분히 역사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후반부에 '역사가가 아신다면 호되게 꾸지람을 하시겠지만'부터 사유의 깊이와 매혹이 소진되어 버렸다. 역사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과 너무 쉽게 타협하여 시인의 목소리가 소음에 묻혀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에 박진성의 <매일 떠나는 낙타-서울 혹은 사막>는 상상력을 토대로 시상을 끌어가는 것이 젊은 패기를 느끼게 하였으나 시어들이 너무 가벼웠다. 수사적인 낱말이 시적 진실을 담아내기에는 사유의 깊이가 충분히 응축되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성향숙의 <고쳐지는 아버지>는 자물쇠에 대한 관찰을 아버지와 연결한 발상이나 자물쇠의 형상을 통해 삶의 진실을 담아내는 것이 주목할 만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자물쇠의 비유를 매끄럽게 다루지 못해 주체의 혼란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자물쇠의 비유에 제한된 언어들이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윤성택의 <경운기를 따라가다>는 시어가 잘 다듬어져 있고 시상의 전개가 안정되어 있어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흠잡을 데가 없다는 말은 뼈아픈 말이다. 습작기에 있거나 습작기를 막 벗어난 시인이, 시를 책임추궁 받을 만한 데까지 밀고 가지 않는다면 그 시인의 특장이라 할만한 독자적인 언어를 가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노철 (문학평론가)
                

새로운 상상력의 모험을 떠나는 시를 찾아서  
    

"시인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시란 무엇인가?", "과연 시를 왜 쓰는가?", "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근본적 물음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하지만 이런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 사이에서 시인은 사유의 깊이를 획득할 수 있으며 빛나는 시의 언어를 빚어 낼 수 있다. 왜냐하면 시인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실존적이며 존재론적 물음에 답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 자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어(M. Buber)는 "참으로 인간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은 사람은 과학자나 역사가, 종교가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문필가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문학작품이야말로 어떠한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논리보다도 뛰어난 상상력으로 더 깊은 공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든 또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든 이러한 본질적 물음 앞에서는 누구나 동등하다. 어쩌면 아직 문단에 발을 내딛지 않는 문청들에게 있어 이러한 물음들은 더 순수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시산맥상을 심사하면서 자신에게 또는 세계를 향해 던지고 있는 고통스런 삶의 언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그들의 모든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시산맥상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14편으로 추려졌다. 그중 윤성택의〈경운기를 따라가다〉, 박진성의〈매일 떠나는 낙타〉, 성향숙의 〈고쳐지는 아버지〉등 세 편으로 심사위원의 의견이 모아졌고 만장일치로 윤성택의〈경운기를 따라가다〉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다툰 세 편의 작품은 모두 고른 수준의 시적 역량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쁨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심에 오른 시를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은 지극히 일상적이며 가족사적인 범주에 시상이 머물고 있다는 점, 자연찬미 위주의 규범화된 스타일, 관념적이며 모호한 추상적 언어 등 새로운 시적 시도와 상상력이 결여되었다는 점이다.    
박진성의〈매일 떠나는 낙타 - 서울 혹은 사막〉는 현대 도시의 비정하고 삭막한 풍경을 '사막'으로, 그 속에 기생해 살고 있는 소외 받은 자(창녀)를 '낙타'로 비유하면서 잃어버린 꿈과 훼손된 가치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중적 삶을 진지하게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사막〓도시적 삶, 낙타〓창녀와 같은 다소 도식적인 비유는 시의 주제를 쉽게 노출시켜 시적 아이러니와 긴장감을 감소시키고 있다.
성향숙의 〈고쳐지는 아버지〉는 아버지의 고통스런 삶의 과정을 끊임없이 수리해야 되는 고장난 물건에 비유하면서 '버릴수도 고칠수도 없는'/ '무방비 상태'의 허무한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버지 상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기계적이고 소모적인 사물의 속성을 아버지의 육체(몸)로 치환시켜 놓은 점은 돋보이는 비유다. 하지만 지나치게 세부적인 묘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아버지의 반복적 행위가 갖는 의미성이 시의 결론 부분에 모호하게 처리되고 있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윤성택의 〈경운기를 따라가다〉는 위의 두 편 시에 비하면 시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다. 거칠고 투박한 농촌의 삶을 고집했던 아버지의 삶에 대한 고결한 가치를 진솔하게 그리면서도 육화된 언어로 삶의 갈등을 현실감 있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특히 삶에 대한 '전투적인 아버지(결 굵은 앞바퀴가 땅을 움켜쥐고 지나간 길)'와 '소극적인 나(떨어질까 손에 땀나는 세월// 숨죽이며 따라가는)', '아버지의 길(비포장)'과 '나의 길(속도가 전부였던 자동차의 붉은 꼬리의 생각들)'과 같은 대조적 표현은 시적 긴장감을 밀도 있게 살리고 있다. 또한 마지막 연에 '나는 아직껏 아버지를 추월할 수 없네'라는 구절은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화자 또한 걸어가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삶의 긍적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본심에 오른 작품으로 김명희의 〈百濟紀行2〉, 박정덕의 〈젖은 장작이 타고 있다〉는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면서도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좋은 시란 과장된 수사와 요란한 기법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사적 표현 이전에 삶의 대한 진지하고 반성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인식의 갱신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제1회 시산맥상을 수상한 윤성택에게 축하를 보내며 비록 수상하지는 않은 시산맥 회원일지라도 모두 진정성 있는 삶의 언어로 새로운 상상력의 모험을 떠나는데 게을리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 강경희 (문학평론가)


시산맥 홈페이지 http://www.poemm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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