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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부문 심사평



* 소설, 평론 부분 당선작 없음.


  이번 공모 내용을 살펴보면서 심사위원들은 많이 망설였다. 심사 결과를 추려내는 과정에서 의견이 서로 엇갈리기도 했다. 당선자를 배출할 것인가에 대한 망설임은 몇몇 불만스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봉섭 씨의 손을 들어주는 선택으로 귀결되었다. 그러한 선택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인 지망자들이 드러내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시작의 모양새를 우려하고 불만스러워하는 마음에서 취해진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럴듯한 기본기만 확인해야 하는 심사과정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개성적인 자기몸짓이 느껴지지 않는 한 이번처럼 백여 명이 훨씬 넘을 만큼 늘어난 응모작품들을 맞이하는 심사과정은 앞으로도 착잡한 결과를 산출해낼 것이라는 예감을 떨치기가 어렵다.
  윤성택과 이옥금의 작품들은 모두 전반부의 응모작과 후반부의 응모작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결함을 노출하고 있다. 윤성택의 경우에는 좀더 절제된 자기시선으로 삶을 관찰하려는 의욕이 돋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 의욕이 <언덕빼기부터 가로등이 뚜벅뚜벅 걸어와/ 골목의 담장을 세워주고 지나간다>와 같은 표현을 만들어낸다. 가로등이 켜지는 차례를 별다른 수식어의 도움 없이 단정하게 의인화하는 시선은 눈여겨볼 만한 것이다. 이옥금의 경우에 시적 표현은 대체로 낯익은 것이다. 그리고 그 표현들은 이미지의 치장에 공을 들인 흔적이 많다. 그러므로 <우산을 들고 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하늘에 대고 총을 쏜다>와 같은 표현이 압도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당선자로 우리가 선택한 문봉섭의 시는 분위기나 치장에 의존하지 않고, 느낌보다 사유에 의존하는 시적 특징으로 자기개성을 연출해 보인다. 그것은 최근의 응모작들과는 다른 경향을 내보인다. 그러나 그 경향이 김광규의 시세계에 빚지고 있다는 느낌과, 그의 일상에 대한 곧은 시선이 입체적인 의미망을 구축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을 선택하는 일에 오래 망설였다. 삶의 진실이 복잡한 현실의 이해관계에 은폐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명징한 시적 의미를 건져올리기는 어렵다. 명징함이 그 자체로 시적 울림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명징함이 닭장에 갇힌 채 죽음을 기다리는 일상의 상황 속에서 <닭들의 노여운 눈망울>보다 좀더 포괄적이거나 착잡한 시선을 가늠하기를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이번 작품들에 대한 선택은 그의 다음 작품에 거는 기대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심사 : 장경렬,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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