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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2001.04.03 15:01

윤성택 조회 수:1136 추천:27




[시를 쓰면서 생각한 것들]
#1. 서울역 대합실. 사람들을 끌고 다니는 저 짐들, 열두 개의 개찰구로 흘러 나간다. 밤기차, 열차표 한 장, 한없이 내리는 비, 꿈처럼 나도 섞인다.
#2. 7호차 35, 내 인생에도 좌석은 있었던 것일까. 영영 헤매는 입석 같은 삶을 살고나 있는 것은 아닌지 차창엔 빗물이 또르르 유성처럼 사선을 그리며 하염없이 떨어진다.
#3. 열차 안 아무도 말이 없다. 묵묵히 제몸에 불을 밝히며 기차는 어둠저편 빗줄기를 몰고 간다.
#4. "우리는 잠시후 다음역에 도착합니다." 어눌한 역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전해진다. "우리는..." `우리`란 단어가 새삼 아름답다. 난 혼자가 아니었구나.
#5. 간이역불빛. 소혹성처럼 둥근 저 불빛들, 그 영역 안의 사선들이 보인다. 지나칠 때마다 간이역불빛은 그렇게 애잔하다.
#6. 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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