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아버지

2001.04.03 15:13

윤성택 조회 수:2304 추천:15





[시를 쓰면서 생각한 것들]
'중학교 2학년 때 엄마를 이기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빠를 이겨 버렸다'라고 치기 어린 일기를 썼던 까까머리 학생이 자라나, '아빠'라는 말을 '아버지'란 말로 바뀌어야 했던 때는 군 제대 후였습니다. 그 미묘한 발음의 차이, 어쩌면 한 세상 저물어 가는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았기 때문은 아닐른지요. 지금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저 벼이삭들, 알곡을 매달고 제몸 추스르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아버지는 살아 계신 내내 농사를 지으시고 계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식솔들을 매달고 여지껏 잘 버텨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언젠가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을 때 이처럼 아름답게 뒤돌아 볼 수 있을까요? 자꾸만 내 살아온 길 쭉정이가 아닐까, 과연 아버지의 풍년이 될 수는 있을까 자문하고픈 날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공지 영상시 소스 공개합니다 [1] 2003.10.25 3927
54 봄비에 취해 file 2001.04.17 2026
53 옥탑방 [1] file 2001.04.23 1411
52 미용실 file 2001.04.30 1784
51 봄, 분수대 [1] file 2001.05.08 2059
50 기억의 광합성 file 2001.05.14 1430
49 건널목에서 [1] file 2001.05.21 1637
48 [1] file 2001.05.28 2983
47 날개를 꿈꾸며 [1] file 2001.06.04 3360
46 건조주의보 file 2001.06.11 1655
45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3] file 2001.06.18 2819
44 버려진 자전거 [1] file 2001.06.25 2784
43 여름 한때 file 2001.07.02 3044
42 지갑을 바꾸다 file 2001.07.12 1776
41 인연 [1] file 2001.07.16 3435
40 일요일 [1] file 2001.08.01 3296
39 나무 아래에서 [3] file 2001.08.06 3906
38 비오는 회기역 [1] file 2001.08.14 2807
37 바나나우유 ② [1] file 2001.08.29 4639
36 막차를 타며 [1] file 2001.09.03 2478
35 문 앞에 서서 [1] file 2001.09.11 2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