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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건너기

2001.04.03 15:11

윤성택 조회 수:1646 추천:27





[시를 쓰면서 생각한 것들]
-부치지 못한 편지-
비가 와, 손바닥을 들여다 보았어. 이제껏 나를 지탱해온 것은 손바닥의 생명선 한가닥이었을까? 이 젖은 손바닥에서 한줄기 기댄 선, 그 선들 갈래갈래로 삶의 골목길이 이리저리 흘러다니겠지. 언제나 젊음에 취해, 표지판도 없이 지금껏 얼마큼 달려온 것일까. 감정에 취해 무수히 많은 나 사이를 드나들며. 비가 와, 이 비는 아픔을 닮았어. 흥건하게 고이는 아픔이야, 비는 떼지어 오지만 한 줄로 완성되는 일생이야. 바닥에 닿으면 철철 쏟아지는 삶인게야. 그리고 낮은 곳으로만 흘러가겠지. 기억의 가장 후미진 곳으로 흘러가겠지. 비가 와, 우산과 우산이 스쳐 지나며 너를 가리고 나를 가린 엇갈린 운명처럼. 그렇게 우리는 잠시 갓길에 접어 들었던 거야. 다리하나 사이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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