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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001.04.03 15:13

윤성택 조회 수:2304 추천:15





[시를 쓰면서 생각한 것들]
'중학교 2학년 때 엄마를 이기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빠를 이겨 버렸다'라고 치기 어린 일기를 썼던 까까머리 학생이 자라나, '아빠'라는 말을 '아버지'란 말로 바뀌어야 했던 때는 군 제대 후였습니다. 그 미묘한 발음의 차이, 어쩌면 한 세상 저물어 가는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았기 때문은 아닐른지요. 지금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저 벼이삭들, 알곡을 매달고 제몸 추스르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아버지는 살아 계신 내내 농사를 지으시고 계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식솔들을 매달고 여지껏 잘 버텨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언젠가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을 때 이처럼 아름답게 뒤돌아 볼 수 있을까요? 자꾸만 내 살아온 길 쭉정이가 아닐까, 과연 아버지의 풍년이 될 수는 있을까 자문하고픈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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