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고재종
세상 인간사는 욕망에서 근원적으로 파생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욕망을 농촌 시인한테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발견하게 된다. 흔히 농촌 서정 시인이라면 '김용택'을 떠올리곤 하는데 고재종 또한 자연 친화적 시인으로 기억되게 된 것이 크나큰 수확이다. 그러한 뜻으로 고재종의 16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은 의미가 깊다.
신난간난, 모내기 끝낸 마을에
밤꽃 향기 자욱합니다.
엉덩이 여문 처녀애라곤 없는데
수컷내 같은 그 향기 온 마을을 덮다니,
(……)
앞집의 영농 후계자 석만이는
햇볕에 잘 익은 마누라 태우고
씽씽 오토바이 몰아 읍내로 달려
모처럼 갈비 한 대도 뜯고
시원한 맥주도 몇 잔 나누고
종당엔 노래방에 들러
사랑도 울분도 맘껏 불러제낀 뒤 돌아와
아 글쎄 밤으로 밤으로는
밤꽃 향기 진동하고!
개구리 앓는 소리 만발하고!
끝내 눈앞 가득 별톨 쏟아지는! 사랑을
흔전만전 나누었더랍니다.
노동 뒤에 사랑 없으면
어디서 뻐꾹새 한 마리인들 울겠습니까.
― <밤꽃 피는 유월에> 61쪽.
고재종의 시의 특이성은 농촌과 욕망에 대한 접근이다. 끊임없이 자연의 모습 주변에는 성에 관한 많은 언급이 곳곳에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욕망은 곧 시인이 시를 쓰게하는 원천이 되기도 하는데 시인의 상상력은 자못 재미있게 읽힌다.
다정도 깊은 아내 두고
가슴이 덩실한 정부 하나를
더 두고 싶은 굴뚝 같은 욕심이
그만 스러질 거야…
― <불혹의 집> 98쪽.
흔히 Sex를 불륜, 천박함, 더러움, 강간, 간통 등으로 볼 수도 있는데, 그러나 보라. 고재종의 성에 관한 표현은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경배인가!
보아라, 삿갓배미마저 수놓고 나면
맹꽁이떼가 온 들을 떠메어가는 소리
그 소리 하나에 너도 울고 나도 울고
우주의 자궁 속에서 애액 터지는 소리.
― <맹꽁이 울음소리에 접신한 저녁> 49쪽
고재종의 또다른 감흥은 시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읽힌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딱딱한 빵을 생각했었는데 부드러운 카스테라가 입에 씹히는 기분이다. 시행 전개가 무리가 없고 술술 잘 넘어가게 하는 연결 어휘력이 뛰어나다. 각박해져 가는 우리의 현실에서 고재종 시인이 호수가에서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사랑을 느껴보고 싶다.
저기 저 암수가 나란히 물을 미는
원앙처럼, 어딘가에선 우리네 연인들도
벌써 서로의 생명의 입 속으로
뜨거운 혀를 밀고 있긴 있을 것이다.
― <여름 다저녁 때의 초록 호수>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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