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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다가

2002.06.05 14:16

윤성택 조회 수:712 추천:5





한동안 "교차로"를 뒤적이며
내가 가진 것이 없구나, 느낄 때
나는 어디에다가
청춘을 저당잡혔을까.
버스 다섯 정거장은 되었을 법할 길을
토요일 오후에 걸었다.
키큰 아파트들만 휘청휘청
가로수를 헤집고 걸어 나왔다.
그러다가 안면도 없는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팔목 긋는 쓸쓸함을 되묻곤 했다.

詩를 써야겠다.
유일한 내 언어들에게
텃밭을 만들어 주고
골진 곳 패인 곳
내내 햇살이 내리는
그런 詩를 써야겠다.

나에게 여자가 생긴 후
여러 징후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감자만 먹였던
현실이 되려 나에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는 생각.

참 철없이, 서른 살을 족히
신고 다녔다. 나를 탕진한 것은
세월이었으므로
삶의 연서(戀書) 따위는
생략하고 싶다.


200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