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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2003.12.09 14:51

윤성택 조회 수:773 추천:17


모교에 갔다,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나를 증명해낼 몇 가지 서류들이 아직도 온전했다.
사실 詩가 질질 흘리는 물통처럼 여지껏 내 생을 뒤따라왔다는 사실.
이제와 어쩌자고 다시금.

추웠다.
이수역 지하철 역 안
즉석 증명사진 기계 안으로 들어가
흐리마리한 빛덩이를 안경에 달고
사각, 그 사각 틀에 채워 넣었다.
돌아보면
지폐 투입구에서 수없이 되 토해내는
그 구녕에 찔러 넣는 게 삶이었나.
원서에 이것저것 기입하는데
손이 얼어 잘 써지지 않았다.
윗층에서는 타일공사를 하는지
다다다다다! 소음이 펜 끝에 고였다.

소주를 마셨다, 몇 병째까지
내 잔을 부딪쳐주는 처음 본 IT업종의 사내,
첫잔부터 손이 떨고 있었다.
취하지 아니 취해본 적이 없는 詩가
나를 구원한다고?

통성명도 없이 겨울이 왔고
올해도 아프지 않을만큼 지났다.


200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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