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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2002.11.27 17:00

윤성택 조회 수:410 추천:2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헬스클럽, 구석에서 샌드백을 발등으로 빡빡! 차 대고 있는 저 사내.
작은 키에 기형적으로 벌어진 어깨, 두꺼운 허벅지
그러나 탱탱하게 나이가 든 불룩한 배.
단발음으로 들리는 저 신경질적인 소리를
나는 아령으로 구부려
직각으로 올리는 중이었다.

쓸데없는 생각이었잖아.
왜 나는 불친절하게 예민한가?

자유로에서 김포대교로 가다가 보이는
갓길의 봉고차 하나
벌써 일주일 째 방치되어 있다.
아주 낡은 차였는데
인가로 난 길도 없는 그곳에
왜 서 있는 걸까.
그 안 운전대 밑,
천천히 부패되어 가는
사내가 있지는 않을까.
아니 어쩌면 그 봉고차는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기 위해
폐차장에서 도망쳐 나왔는지도.

이런 女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 나는 그랬을 뿐이야
변속기어를 집어넣듯
너의 그것을 그렇게 잡아넣었을 뿐이야.
살면서 운전은 그렇게 하는 거야.
헤어지는 남자에게.

나는 새벽마다 뛰고 있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의자에 앉으면 염치없이
아슬아슬 불거지는 뱃살.
거기에 갈고리 하나 끼워 넣고
모터보트를 타겠다고 으름장을 놓을까!

다음메일에게 드디어 졌다.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어서
핸드폰 요금으로 2만원을 부과하고
프리미엄 메일을 선택했다.
이게 뱃살 겨운 삶인가?
이게?
흥!
잉?



2002.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