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집에 가는 길

2002.07.02 15:15

윤성택 조회 수:628 추천:2




자도 자도 지하철 안이더라.
사람들은 저마다 붉은 청춘을 닮아
그 새벽 가볍게 스치는 어깨에도
후두둑 대~한민국거릴 것 같은.

그래서였을까
한번 들었던 잠이
침대에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나는 잠자리에서
파도처럼 뒤척였다.
귀를 대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생각들이
밀물과 썰물로
어룽거렸다.

그런 거 있잖아
맥주 거품 폴폴 나는
즐거움이 깃든 뭐 그런 것.
잇몸까지 아릿거리는
뭐 그런 알싸하고 묘한 그런 것.

그제는 사무실 회식 때문에 과음하고
나는 하루종일 딸꾹질에 시달렸다.
그래서 너를 만나러 가는 내내
내 입밖으로 개구리 튀어나올 것처럼
불안했다. 그러다 기어이
눈을 감고, 나를 지탱하고 있는
세포들을 불러모았다.
그래 알았어, 그래 알아 알아.
얼마나 시달렸겠니. 그래 알아 알아.
그렇게 진저리치는 침묵을
삼킨 뒤에야 나는 고요해질 수 있었다.

잠깐 살풋 잠든 한때
누군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있더라.
눈을 뜨기 전까지 나의 상상력은
핑크빛 설레임이었으나
어느 아저씨의 덥수룩한 머리였음을 알았을 때

삶이 그런거더라.
자도 자도 지하철 안이더라.
  

2002. 6. 26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67 2004년 12월 31일에게, 그리고 2005.02.03 664
66 신춘문예의 계절 2003.11.27 639
65 견딜만 하다 2003.06.24 639
» 집에 가는 길 2002.07.02 628
63 시를 위하여 2003.10.25 613
62 장마 2002.05.16 583
61 어느 시인의 죽음 2003.11.20 571
60 어둠을 터 주던 알람소리 2009.11.04 564
59 겨울비 [2] 2002.12.16 561
58 첫눈 [2] 2002.11.13 538
57 늦은 아침 2003.07.30 530
56 크리스마스 이브, [1] 2003.12.24 529
55 기억하라 추억하라 secret 2008.10.15 528
54 무협지, 시간과 공간의 역동성 [1] 2008.05.26 522
53 김솔에게 - 너의 만연체가 말해 주는 것 [1] 2003.08.26 513
52 [詩作노트] 실종 2003.04.29 506
51 책상에 앉아 나는 2002.06.10 505
50 어느 겨울 하루키를 떠올리다 2001.06.12 501
49 가을 단상 [1] 2003.10.01 485
48 이창호 [그대 꿈길을 돌아] 시집 해설 / 동길사 2001.06.15 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