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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을 위하여

2002.06.20 11:25

윤성택 조회 수:417 추천:2





얼마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72kg으로 이 지상에 살아가야 한다면
그 무게에 대한 책임.
어느 때부턴가
영혼은
밤과 낮, 꿈과 현실을 오가며
육체를 조종하기가
버거워하기 시작했나봐요.
마치 어릴 적 보았던
로봇태권브이 머리에 안착하는
비행정처럼,
영혼도 이 시공간 어디에선가
육체에 안착하여
하루를 살아내고 그러다 유통기한이 다하면
다시 흙으로 몸을 반납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영혼은 몸을
때론 항생제로 고치고
때론 살을 째고 꿰매고
수챗구멍이 막히면 뚫어주는 것처럼
고만고만한 병을 뚫어내며
육체와 꿈을 오르내리며
그 시행착오의 삶을 거대한 우주에 전송하는 일.

그리하여
먼 훗날 하나의 별빛으로 남는 일.

어쩌면 우린 우주를 대신한 지구의 *마름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요즘,
런닝머신에서 달리면서
역기를 들면서
노동을 합니다.


*지주(地主)를 대리하여 소작지를 관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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