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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男이 겪는 가을

2002.10.16 17:06

윤성택 조회 수:437 추천:2




한참동안 내 머리의 가르마를 찾던
바람이
이젠 목덜미에
찬손을 밀어 넣는다.

이제 해보고 싶단 말이지?
가을 나무를
샌드백처럼 쳐대다보면
떨어지는 낙엽,
길가로 나와
어느 저녁에 합승을 하고 싶을까.

바특한 김치찌개라도 앞에 두고
잔을 돌리고 싶은 마음,
아니 포장마차 그 가시내 속살 같은
포장을 들추고 60촉 전구아래
기도하는 자세라도 되어보는 것.

잔이 비워지는만큼
내 안에 주유되는 이 살만한 것들
또 얼마나 이 밤을 달릴 수 있을런지
나는 내내 손마디를 꺾으며
가을이 호명하는
바람소리를 들어야 했다.

뜨거운 피가 슬금슬금
카멜레온처럼
목덜미로 올라온다.


20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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