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너를 기다리다가

2002.06.05 14:16

윤성택 조회 수:712 추천:5





한동안 "교차로"를 뒤적이며
내가 가진 것이 없구나, 느낄 때
나는 어디에다가
청춘을 저당잡혔을까.
버스 다섯 정거장은 되었을 법할 길을
토요일 오후에 걸었다.
키큰 아파트들만 휘청휘청
가로수를 헤집고 걸어 나왔다.
그러다가 안면도 없는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팔목 긋는 쓸쓸함을 되묻곤 했다.

詩를 써야겠다.
유일한 내 언어들에게
텃밭을 만들어 주고
골진 곳 패인 곳
내내 햇살이 내리는
그런 詩를 써야겠다.

나에게 여자가 생긴 후
여러 징후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감자만 먹였던
현실이 되려 나에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는 생각.

참 철없이, 서른 살을 족히
신고 다녔다. 나를 탕진한 것은
세월이었으므로
삶의 연서(戀書) 따위는
생략하고 싶다.


2001.10.20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7 어느 시인의 죽음 2003.11.20 571
26 장마 2002.05.16 583
25 시를 위하여 2003.10.25 613
24 집에 가는 길 2002.07.02 628
23 견딜만 하다 2003.06.24 639
22 신춘문예의 계절 2003.11.27 639
21 2004년 12월 31일에게, 그리고 2005.02.03 664
20 옥상에서 본 그리움 2002.07.23 687
19 잠바, 2004.04.17 696
18 밤술 2007.01.27 697
» 너를 기다리다가 2002.06.05 712
16 3년 전, 2004.03.04 728
15 김충규 [낙타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다층) [2] 2001.07.06 770
14 대학원, 2003.12.09 773
13 가을의 노래 - 보들레르 [1] 2006.09.21 817
12 편지 [1] 2003.12.11 847
11 시를 쓰는 아우에게 [3] 2007.03.09 867
10 장마에게서 장마에게로 [3] 2005.06.22 883
9 혼자 보는 영화, [1] 2004.02.25 898
8 나였던 기억 2004.01.07 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