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세계사/ 김언희
트렁크
이 가죽 트렁크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지퍼를 열면
몸뚱어리 전체가 아가리가 되어 벌어지는
수취거부로
반송되어져 온
토막난 추억이 비닐에 싸인 채 쑤셔박혀 있는, 이렇게
코를 찌르는, 이렇게
엽기적인
[감상]
이 시를 처음 읽을 때 밑줄을 긋다보니 다 긋고 말았습니다. 트렁크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발견이 참신합니다 .특히 '트렁크'라는 시집을 읽다보면 외설스러울 정도로 性적 표현이 넘실댑니다. 다시 말하면 그녀만의 갖고있는 독특한 색깔이 있는 셈이지요. 생각해 봅니다. 무슨 맛일까? 아주 독한 양주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