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꽃/ 최두석/ 문학과지성사
장화홍련
눈동자 속에 가득한 꽃
그 중 장화홍련薔花紅蓮을 읽는다
부러진 가로수 가지에서 안개가 피어나고 무진의 거리를
장화가 걷는다. 몇 군데 가게를 들러 미래의 아기옷을 사들
고 문을 여는 순간 비칠 쓰러졌다. 홍련은 마구 뛰었다. 어
느 낯선 민가의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기다리던 장쇠는 이
미 칼을 거두었다. 안개가 덮여 왔다. 자욱히 숨막히게 그녀
의 치마가 바람에 날려다녔다.
교회의 쓰레기 처리장에서는
장미가, 연못에서는
연꽃이 썩는다
내 눈동자도 썩어들어간다
[감상]
독특한 '이야기 시'의 입지를 갖춰 고대소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시입니다. 원래 '장화홍련전'의 줄거리를 생각해보면 장화는 부정한 씨를 잉태했다가 낙태한 누명을 쓰고 장쇠에 의해 연못에 빠져죽으며, 홍련은 장화의 원혼의 울음을 듣고 역시 그 연못에서 자살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죽음이라는 직접적인 묘사는 피하고 상상으로 연결시킵니다. 그 여백은 결국 읽는 이의 상상이 채워짐으로서,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