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木도장
나무와 사람은 이름을 통해서 만났다
이름 때문에 스스럼없이 한몸이 된다
국민학교 시절 통장을 만들 때였을 것이다
도장을 처음 갖게 되면서 이름 석자가
나는 얼마나 대견스러웠는지 모른다
손때가 묻을 만큼 많은 곳에서 나를 대신하고
때론 나보다 더 나다워 보였던 목도장
그러나 나무와 사람은 다시 이름을 통해서 헤어진다
이름 때문에 주저함없이 남남이 된다
어쩌면 애초부터 나무는 나무였고
나는 나였던 것뿐인지도 모른다
[감상]
나무와 이름을 목도장으로 풀어 가는 흐름이 좋습니다. 이런 시는 문장이 비유라기 보다는, 詩 그 자체가 하나의 비유가 됩니다. 늘 염두 해야할 것은 "재해석"입니다. 나무에 대한 재해석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