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온라인 - 이복희

2001.07.20 13:51

윤성택 조회 수:1361 추천:306

『아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이복희 / 문학마을



        온라인


        나는 오늘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의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오늘 날짜는 생략하기로 하자.
        의뢰인이 나였고, 수취인이 너였다는 사실만 기억했으면 한다.
        통장에 사랑이 무수히 송금되면
        너는 전국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 인출하여 유용할 수 있고
        너의 비밀 구좌에 다만 사랑을 적립하고
        이 세상 어디에서도 우리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서는 사랑하지 말자.

        오늘도 나는 은행으로 들어간다.
        무통장 입금증에 네 영혼의 계좌번호를 적어 넣고
        내가 가진 얼마간의 사랑을 송금시킨다.



[감상]

은행의 무통장 입금을 '사랑'으로 환치시키는 직관이 시적 응시입니다. 사랑이 영혼끼리 주고받는 그 무엇이라면, 그 수단을 '무통장입금'으로 포착해낸 점이 흥미롭습니다. 관계란 그런 것일 것입니다.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도 아니고, 준 게 있으니 받아내야겠다는 것도 아니겠지요. 마음 통장에 적립된 것이 많아서 우리는 더욱 든든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91 木도장 - 손택수 2001.06.01 1536 350
1190 흉터 속에는 첫 두근거림이 있다 - 정영선 2001.07.12 1620 337
1189 우체통 - 이진명 2001.04.11 2538 334
1188 트렁크 - 김언희 2001.04.11 1758 332
1187 넝쿨장미 - 신수현 [1] 2001.04.07 2047 332
1186 ㅎ 방직공장의 소녀들 - 이기인 2001.04.24 1668 331
1185 나무에게 묻다 - 천서봉 2001.06.11 1781 327
1184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 허수경 2001.04.16 2126 327
1183 날아가세요 - 허연 2001.04.12 2172 327
1182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 장석주 2001.06.28 1649 325
1181 전망 좋은 방 - 장경복 2001.04.23 1889 325
1180 백신의 도시, 백신의 서울 - 함민복 2001.05.17 1380 324
1179 간이역 - 김선우 [2] 2001.04.17 2218 324
1178 우울한 샹송 - 이수익 2001.04.13 1876 324
1177 빛을 파는 가게 - 김종보 2001.07.16 1694 322
1176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1] 2001.04.28 1759 321
1175 펜 노동자의 일기 - 이윤택 2001.04.26 1661 321
1174 그대들의 나날들 - 마종하 2001.06.29 1522 319
1173 장화홍련 - 최두석 2001.04.30 1504 319
1172 봄의 퍼즐 - 한혜영 [2] 2001.04.03 2355 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