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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편함 - 김규린

2011.04.05 15:14

윤성택 조회 수:2061 추천:149


《열꽃 공희》/ 김규린 (1993년 『한라일보』,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 《시작》0127

          빨간 우편함

        구름 흩어진 자리

        돌아온 그네에
        추억을 얹는 오후

        낡은 외투 호주머니
        꼬깃꼬깃 들어 있는 오랑캐꽃

        손톱 끝 고집스레 남아 있는 봉숭아 육즙

        철지난 유행가 가락을 깔고
        낭창낭창 주저앉은 간이역

        슬픈 트렁크

        번지는

        그대…


[감상]
어느 한적한 시골 간이역에 차를 세우고 한참 동안 서 있는 기분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저편 초등학교 운동장 빈 그네에 앉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 있습니다. 오래된 간판들이 즐비한 그곳을 걷는다면 추억 어딘가에서 그대가 걸어 나올 것만 같습니다. 빨간 우편함이 그리움을 배달할 때쯤 여행의 트렁크도 감정의 빛깔을 지닐 것입니다. 그대가 있었던 그 곳, 그 자리에 빨간 우편함이 열리고 지금의 내가 손을 넣어 더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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