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 정일근 / 시와시학사
나에게 사랑이란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고 살아가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기에
젊은 날엔 그대로 하여 마음 아픈 것도
사랑의 아픔으로만 알았습니다
이제 그대를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냅니다
멀리 흘러가는 강물에 아득히 부는 바람에
잘 가라 사랑아, 내 마음속의 그대를 놓아 보냅니다
불혹, 마음에 빈자리 하나 만들어놓고서야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나봅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리는 일이어서
그 빈자리로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어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야 나도 알게 되었나 봅니다.
[감상]
정일근 시인은 뇌종양으로 시한부인생을 극복한 분이기도 하지만, 그의 시(바다가 보이는 교실 - 유리창 청소)가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분입니다. 불혹의 시인에게 선고된 사형선고를 극복했기 때문일까요. "사랑"에 관해 풀어내는 잔잔한 어조에 울림이 전해져 옵니다.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리는 일", 당신도 비워 놓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