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봄날의 산책 - 박순희

2007.01.27 12:30

윤성택 조회 수:1705 추천:150

<봄날의 산책>/ 박순희/ 《서정시학》 2006년 가을호


        봄날의 산책
        
        어떤 길은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낯설지 않은 길, 길을
        음미하며 찬찬히 걷다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흔들흔들 걸음을 옮기면
        그 사람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을 닮은 물푸레나무 아래 앉아
        이야기하듯 잠깐 졸기도 하는 것이다.
        맨몸을 드러내며 그 사람 앞에서 춤추다
        무거운 햇살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감상]
아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고 친숙하고 낯익은 얼굴이겠지요. 이 시는 <어떤 길>이 얼굴로 형상화되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흐름을 이끕니다. 상대의 얼굴을 한참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입니다. 호감이 있다면 주고받는 대화는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지겠지요, 물론 속내까지 다 드러내 <맨몸을 드러내며 그 사람 앞에서 춤추>듯 말입니다. 그러다 신뢰감에 확신이 생긴다면야 햇살 같은 당신에게 <와르르/ 무너지기도> 할 것입니다. 참 다정하고 살가운 시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11 퍼즐 - 홍연옥 [1] 2004.03.02 1733 264
1010 사랑 - 이진우 2003.10.16 1733 164
1009 춤 - 진동영 2006.06.21 1730 243
1008 내 후생을 기억함 - 이성렬 2006.03.07 1730 220
1007 봄볕을 두드리다 - 고명자 2005.03.18 1725 185
1006 그림자 - 임강빈 [1] 2007.05.11 1724 174
1005 가장 환한 불꽃 - 유하 2001.09.17 1723 242
1004 사랑의 역사 - 이병률 [2] 2005.07.12 1719 191
1003 내 마음의 풍차 - 진수미 2001.08.16 1717 241
1002 하모니카 부는 참새 - 함기석 [2] 2006.09.06 1716 230
1001 해바라기 공장 - 이기인 [1] 2005.06.23 1715 230
1000 나에게 사랑이란 - 정일근 2001.08.27 1715 218
999 우리 모르는 사이 - 서지월 2003.10.15 1711 164
998 봄날 - 심재휘 2004.03.25 1710 203
997 벽돌이 올라가다 - 장정일 2001.04.25 1710 294
996 냉장고 소년 - 진수미 2005.09.15 1709 224
995 그곳에도 달빛이 닿았습니다 - 최재목 [2] 2004.06.02 1709 226
» 봄날의 산책 - 박순희 [2] 2007.01.27 1705 150
993 죽도록 사랑해서 - 김승희 2001.10.31 1703 212
992 옛 골목에서 - 강윤후 [1] 2004.10.26 1702 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