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희망에게 - 유영금

2007.02.12 14:50

윤성택 조회 수:1981 추천:214

《봄날 불지르다》/ 유영금/ 《문학세계사》시인선


        희망에게

        믿지 않는다
        네게로부터 버림받았음을
        기억하지도 않겠다
        나를 놓아 버리던 너의 잔인한 눈빛을
        그러나 환장할 것 같은 하늘이 있어
        그 하늘 아래서
        네 손아귀에 휘둘리던 머리채를 눕히고
        너를 기다리겠다
        오지 않아도 좋아, 기다리기만 하겠다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유죄라면
        무기수라도 괜찮아
        구메밥 사발이나 핥다
        떠나간 너로부터 서서히 살해되겠다


[감상]
‘시인은 영혼의 화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는 시인의 정신작용에 의한 명암과 농담으로 그 색채가 수놓아집니다. 이 시의 강렬함과 비장함은 시집 속 ‘시인의 말’에서 그 연유를 알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와 사람에 대한 배신, 고통으로 얼룩진 그 시간들을 견뎌낸 것은 다름 아닌 끈질긴 스스로의 의지입니다. 이 시에서 <희망>은 그렇게 간단히 오지 않습니다. <희망>은 스스로를 낮추고 낮춰 가장 아픈 절망에서 소생되기 때문입니다. 냉소와 공포, 연민은 비극의 실체까지 꿰뚫는 진정성이 이룩해놓은 시인만의 코드인 셈입니다.

* 구메밥 : [명사] 예전에, 옥에 갇힌 죄수에게 벽 구멍으로 몰래 들여보내던 밥.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91 Y를 위하여 - 최승자 2001.08.10 1701 265
990 감자를 캐며 - 송은숙 2006.10.16 1700 225
989 홈페이지 - 김희정 [2] 2005.10.07 1698 236
988 언젠가는 - 조은 2004.12.22 1696 194
987 마포 산동네 - 이재무 2001.05.08 1695 250
986 Across The Universe - 장희정 2007.11.12 1694 122
985 울음 - 강연호 2004.06.01 1694 202
984 빛을 파는 가게 - 김종보 2001.07.16 1694 322
983 色 - 박경희 [1] 2005.07.28 1693 272
982 편지 - 송용호 2002.10.16 1693 213
981 바람의 배 - 이재훈 [1] 2005.11.22 1687 206
980 버스 정류장 - 이미자 2007.04.26 1672 155
979 전생 빚을 받다 - 정진경 2005.12.20 1671 238
978 ㅎ 방직공장의 소녀들 - 이기인 2001.04.24 1668 331
977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최갑수 2004.02.14 1665 219
976 불법체류자들 - 박후기 [1] 2006.10.30 1663 225
975 갈대 - 조기조 [3] 2005.06.30 1663 192
974 발령났다 - 김연성 2006.06.27 1662 266
973 봄 - 고경숙 2009.02.17 1661 94
972 펜 노동자의 일기 - 이윤택 2001.04.26 1661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