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그림처럼》/ 조정/ 《실천문학》시인선
버들 귀
님이여 건너지 마라
시끄러운 꿈 한 켤레 건지며
밤새
신기료장수처럼 우는
귀
강은
귓속으로 흘러든다
흰 머리카락 오천 장(丈) 엉킨
목젖이 아,
흐, 백 촉 더 붓도록 부르지 못해
산발한 버들가지 들어 물낯을 친다
오라
오라
[감상]
이 시의 감수성과 서정은 예민한 청각에서 시작됩니다. 강가의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린 버들잎은 길쭉한 타원형의 수많은 <귀>를 은유합니다. 바람이 불고 휘늘어진 버들가지가 강물에 닿았다가 떴다가를 반복하는 모양을 <산발한 버들가지 들어 물낯을 친다/ 오라/ 오라>로 표현해냅니다. 예부터 <강>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암시하곤 했지요. 강물은 그 원형적 상징이 죽음과 탄생을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시인은 영영 이별일지 모를 님에게 <님이여 건너지 마라>고 소리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오감 중 특히 '시각'에 의존하는 비율이 약 90%를 차지할 정도라고 합니다. 근래의 시각에만 의존하는 문단의 시편들을 볼 때 이 시집은, 눈물을 설핏 머금은 눈과 귀를 가진 사슴을 닮았습니다.